올 초에는 그가 운영하는 버크셔해서웨이가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소식에 POSCO가 급등한 바 있다. 이어 버핏이 대한제분을 비롯한 20개 종목에 투자했다고 밝히면서 데드크로스를 나타내던 대한제분의 주가가 상승세로 급반전하기도 했다.
▶버핏의 다음 종목은?=업계에서는 버핏의 투자 기준으로 내재가치 대비 저평가 종목, 예측가능성이 높은 회사, 강한 시장지배력을 보유한 독점 업체를 선호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우선 버핏이 저평가된 주식을 싼 가격에 사서 적정 가격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기다리는 점을 들어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미만인 저평가 종목을 투자대상으로 보고 있다.
대형주 가운데서는 한국전력, KT, SK, 신세계, KT&G, KCC, 롯데제과, LS전선 등이 꼽히고 있다. 중형주 가운데서는 한국철강, 영풍, SK가스, 고려아연, 풍산, 오리온, 농심, 호남석유, 아모레퍼시픽, 현대제철 등의 투자매력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와 함께 고려제강과 대한유화, 대한제분, 동원F&B, 삼양사, 선진, 세방, 세아제강, 신도리코, 한국공항, E1, 아세아시멘트, 유니드, 한국철강 등은 PBR가 낮은 동시에 안정적인 이익을 올리거나 시장지배력을 가지고 있어 버핏의 관심을 끌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업종 대표주 가운데서는 현대중공업, 삼성화재, 삼성물산, 오리온, 하이트맥주, 웅진코웨이, 대교, 에스원이 지목됐다.
▶버핏, 왜 한국을 사랑하나?= 버핏은 지난해 1월 미국의 아이오와대와 테네시주립대 경영대학원(MBA) 학생들을 초청한 연례 콘퍼런스에서 우리나라의 주식시장에 대해 “한국은 나에게 이중으로 돈을 벌게 해줬다”면서 “한국을 사랑한다”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이중으로 돈을 벌게 해줬다는 것은 일단 그가 2004년에 1000억원어치의 한국 주식을 사들인 이후 증시랠리와 더불어 환차익으로 인한 막대한 수익까지 올린 것을 의미한다. 버핏은 이번 주총 축제에서도 “한국 주식에 투자할 당시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100원이었는데 지금은 9000원대 초반으로 떨어져 상당한 환차익을 보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버핏이 오마하에 앉아서도 한국 주식에 러브콜을 보낼 수 있게 한 배경에는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dart.fss.or.kr)의 역할이 크다. 그는 학생들에게 “세계 어디에도 한국처럼 기업에 대한 궁금증을 인터넷으로 바로 확인할 수 있는 나라는 없다”면서 “투자자가 기업정보를 얻기에는 미국보다 한국이 더 낫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에게 상장기업의 실적뿐만 아니라 경영과 관련된 주요 사항도 투명하게 공개된다는 점에서 공시에 있어서는 선진국이라 할 만하다는 방증이다.
박홍경 기자(phk1004@heraldm.com)